돈사(豚舍)에서 지난주 토요일, 한나 엄마에게 급한 톡이 도착했습니다. 이제면 안수집사가 운영하는 한빛 농장에 화재가 발생해서 애지중지 기르던 돼지 1800두가 불에 타거나 폐사되었다는 문자였습니다. 이전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너무 아끼던 돼지들을 매몰해야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경험했던 터라 이번에 이 집사께서 당하신 충격과 고통이 어림짐작되어 위로 차 현장으로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마치 폭탄을 맞은 것 같은 돈사를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어떻게 돌보고 키운 돈사인데 불에 타 2/3이 소실된 현장을 보면서 왠지 모를 분노감까지 느낄 정도의 아픔이 몰려왔습니다. 마침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에는 그토록 내리지 않던 비가 실상 그 시간에는 세차게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기에, 비가 내리는 것은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중 시키는 일이라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어려움을 당한 아빠를 도와 분주하게 부스러기 일을 돕고 있는 한나, 한빛이를 보면서 그날 왜 이리 고맙고 감사하든지. 따뜻한 접심이라도 대접하며 격려하려고 면 소재지 식당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에서 화재 현장에 대한 시급한 질문들이 이 집사의 폰으로 폭주했습니다. 더 이상 식사를 할 수 없는 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식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가 보니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어 사후 작업을 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목사님,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다시 일어나야죠. 들어 놓은 보험 도움도 받고,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축산농가 지원 자금도 대출받고 해서 차제에 다시 세워나가야죠.” 이렇게 말하는 이 집사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돈사를 인계받고 일을 시작한지 25년이 된 현장이 화재로 인해 거의 전소된 상태에서 혹시나 모를 좌절감이나 무기력함에 자포자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우였습니다. 걱정을 보기 좋게 떨쳐버리게 해준 이 집사님의 긍정적, 신앙적 태도가 엿보여 더 기도로 지원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말은 그리해도 이 집사께 왜 아픔과 아쉬움과 유감스러움이 없겠습니까? 속앓이하면서 또 헤쳐나아가야 할 이제면 안수집사의 몫이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며,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한 돈사를 다시 만들어 기쁨으로 본인의 업을 잘 감당해주기를 담임목사가 응원하며 중보하려 합니다. “쓸쓸해져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시인 나태주님이 표현한 보석 같은 시의 금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제면 안수집사가 당한 일이 쓸쓸함이고, 버림받은 마음 같은 적적함일 수도 있겠지만, 이 집사께서 당한 고난을 보면서 목사는 그를 향한 사랑이 다시 보이는 은혜를 발견했습니다. 부족한 종이 사랑하는 집사님의 아픔이 사랑하는 이들의 중보로 잘 보듬어져 치유되기를 기대하고 다시 일어서는 이제면 안수집사가 되기를 두 손 모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