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죽을 줄 알아!
지난 월요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지 않으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 그랬다. 가느다란 목소리로 친구가 말했다. 그래, 그럴게! 근데 친구가 약속을 안 지켰다. 대단히 나쁜 놈이다. 오후 2시, 드디어(?) 친구에게 신경안정제 투입이 시작됐다. 상태가 악화되어 연명 치료를 거부한 친구가 의식이 있는 상태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 주치의가 내린 최후의 방법이다. 내일이면 너무 사랑했던 친구의 부고 소식이 들려 올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친구 아내가 가장 가까웠던 동기에게 소식을 보냈다. 남편이 남긴 마지막 유언을 동기 톡에 올려달라고. ‘그 동안 고마웠다. 나중에 천국에서 보자’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친구가 내게 전화했다. 내가 서로 연애하는 사이냐고 놀렸던 친구가 소식을 전하면서 아직은 의식이 있으니 네 전화는 기다릴 것 같으니 마지막이라도 전화를 하라고 채근하며 운다. 근데 전화를 못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안 했다. 전화를 하다가 목사의 신분을 잊고 친구에게 약속 지키지 않았다고 욕이라도 할까봐. 아니 대성통곡할까봐. 동기 단체 톡에 친구 목사들이 친구에게 수고했다는 응원의 박수와 더불어 위로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글을 보다가 친구가 마지막으로 내게 보낸 지난 목요일 톡을 다시 끄집어냈다. “강덕아, 너무 사랑했다. 그리고 고마웠어. 다시 만나자.” 앞이 안 보인다. 액체가 눈을 덮어서. 세인교회 주보에 오타가 나오면 전화해서 어디어디 오타니까 고치라고 시어머니 노릇하던 친구가 내 곁을 떠나려고 한다. 주보에 동정 하나하나 체크해서 스토커처럼 나를 감시하던 나쁜 놈이 나를 떠나려고 한다. 나는 친구의 그 잔소리가 너무 그리운데. 동기 톡에서 친구들이 다시 만나자고 위로하는데 하나도 내게는 위로가 안 된다. 그리고 들리지도 않는다. 너무 늦은 나이에 정을 준 친군데 내 곁을 떠나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하지 말 것 그랬다.
장례식장에 어떻게 가야 하지. 하늘이 노랗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