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나이 든 사람들을 경멸하리라 그들은 아이들 몫의 자원을 다 써버렸고 자식들을 위해 남겨놓은 건 병든 대지뿐이니 그날이 오면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증오하리라 그들이 유산으로 남겨준 것은 콘크리트로 막아 죽인 갯벌과 강물과 쓰레기 더미로 썩어가는 바다와 들녘과 노후한 원자력과 핵폐기물 덩어리뿐 그날이 오면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저주하리라 농부와 토종 종자와 우애의 공동체를 다 망치고 깨끗한 물과 공기와 토양을 이토록 고갈시키고 막대한 빚더미만 떠넘긴 어른들을 더 이상 남겨둔 미래도 없이 삭막한 도시와 번쩍이는 기계 더미와 역습하는 기후와 복수하는 대지만을 남겨준 어른들을 공격하며 증오하리라
동기 목사가 5월 첫 주에 교우들에게 읽어준다고 보낸 박노해 시인의 시어를 음미하다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왜? 정말 그럴 테니까. 사정이 이런 데도 4대강을 사업을 다시 원래대로 재앙 그 자체의 시대로 원상 복기 시킨다는 자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아이들과 젊은 세대에 절망을 남겨준 이 시대 기득권자들의 정상적이지 않은 광기가 다시 5년 만에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마치 살모사의 서늘한 혓바닥처럼 낼름거리며 먹이는 찾고 있는 이 정상적이지 않은 놀음을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으로 포장하여 지극히 정당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자들의 폭력에 짓밟히는 악몽을 거의 매일 꾸고 있습니다. 해서 그럴 때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깹니다. 최소한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안전한 자연 환경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하는 것, 오늘 자연을 유린한 어른 된 자의 마지막 봉사입니다. 친구가 보낸 준 시가 시답게 다가오지 않고 선전포고령처럼 다가오는 것은 5월을 긴장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 아름다운 오늘의 5월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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