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기간이었던 10일 동안 일체의 예배를 비대면으로 드렸습니다. 7일 동안은 부교역자가 예배를 인도하였기에 매일 만나던 교우들과의 영적 교제도 한 주간 중단되었습니다. 그렇게 7일이 지나고 8일째 되는 날부터 다시 예배를 섬겼습니다. 지난 3월 마지막 주일이었던 사순절 네 번째 주일은 격리 해제일이었기에 몸을 추스르고 매우 송구했지만 주일 예배 설교를 탁자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섬기며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그날이 격리 이후 처음으로 교우들과 비대면으로나마 만나는 예배였기에 교우들은 제 얼굴을 8일 만에 본 셈입니다. 지체 한 명이 주일 예배를 의자에 앉아서 인도하는 담임목사를 보고 아내에게 전언했다고 들었습니다. “목사님의 얼굴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과대한 리액션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체의 사랑으로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감염 이후 많은 통증으로 고생을 하다가 처음으로 교우들에게 드러낸 얼굴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험할 수밖에 없었기에 지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반응한 것이겠지요. 격리 기간 동안 교우들이 이모저모로 사랑을 베풀어주셨다는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 들었습니다. 매일 건강 상태를 체크하며 안부를 물었다는 교우들, 아내가 감염될까봐 염려하는 마음으로 세세한 것을 신경 써준 동역자들, 부족한 사람이 음식을 못 먹을 것을 예상하여 브엘세바의 로뎀나무로 도피처를 삼았던 엘리야에게 오셔서 먹을 것을 공급하셨던 것처럼 이모저모 먹을 것을 공급해 준 지체들, 목과 기침 감기에 좋다고 여러 종류의 한방차(茶)를 공급해 준 성도들,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빨리 일어난다고 육 고기 음식물을 챙겨준 교우들, 무엇보다도 빠른 치료를 위해 엎드려준 세인 식구들과 지인들의 중보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더불어 SNS 문자 메시지로 낙심하지 않도록 격려의 문구를 날려준 고마운 벗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힘은 들었지만 감사했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이 참 다양하다는 지식을 인터넷 포탈을 통해 듣습니다. 저 역시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확진 이후 2주가 지나가고 있는데 기침이 멎지 않는 것 때문에 조금 당황스럽지만 교우가 보내준 도라지 청을 한 스푼씩 떠먹으며 성도의 사랑을 느낍니다. 목이 거북하고 아직 컬컬하기에 그럴 때 먹으라고 지체가 보내준 조각 초콜릿을 입에 넣어 녹입니다. 이번에 교우들이 보내준 이것저것들을 섭취하면서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먹는다고 곱씹습니다. 4월호 교단 신문에 한희철 목사께서 쓴 ‘하루 한 생각’의 북리뷰를 보냈습니다. 그의 글감 중에 한 줄 대목이 너무 감동적이라 삽입했었습니다.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격리 기간 동안 세인 교우들의 말 걸어옴을 경험하며 내심, 이런 감사의 상념에 젖어 보았습니다. 제천에서의 19년이 헛헛하지 않았구나! 그러기에 다시 옷깃을 여밉니다.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