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은 4월까지 스노타이어를 바꿀 수가 없습니다. 어느 경우에는 철 지난 눈이 내리기 때문입니다. 예비일 이른 아침, 서재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백설의 세상입니다. 거의 폭설이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조금 일찍 내리지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문 대지에 적지 않은 기쁨을 주는 서설임에 틀림없습니다. 작년 말과 금년 초에 너무 가물어서 염려가 많았고, 결국 대형 산불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숨짓는 이웃들이 옆에 있어 동통(同痛)의 아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국민적으로 그들을 향한 일상적 회복의 방법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설교 준비를 앞두고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을 내렸습니다. 창밖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 갑니다. 한희철 목사가 본인의 글 모음집 제목을 ‘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라고 정했듯이 창밖으로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진실 된 마음으로 화살기도 하는 내용이 한 목사의 책제목이기를 저도 마음 모았습니다. 지난 주간에 읽었던 글말 하나에 목이 메었습니다. “어찌 꽃들의 아우성은 소란하지 않은 걸까”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너무 큰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공해의 극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어(詩語) 중에 내 가슴에 담아둔 아름다운 글이 있습니다. “큰소리도 말씀치 않으셔도 들려옵니다.” 우리 공동체는 지금 사순절 피정 중에 있습니다.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큰소리로 기도하지 않아도, 큰소리로 주장하지 않아도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사렛 신문 4월호 기고문을 지난 주간에 송고했는데 작성 중에 이 글을 담았습니다.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한희철, “하루 한 생각”, 꽃자리 간, p,158) 숨을 멎게 하는 촌철살인입니다. 인위적으로, 가공적으로, 물리적으로 타인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으면 못 견뎌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랑함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글쓴이의 성찰이 얼마나 귀하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주께서 주셨던 말씀 하나가 떠오릅니다.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마태복음 24:12-13) 주군께서 경종하신 말씀이 크게 들려오는 2022년 3월 19일입니다. 사랑이 식어지는 것이 종말적인 현상인 것을 알기에 녹록하지 않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사랑하기라는 말 걸기를 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옆에 있는 자들에게 건네주는 크리스티아노스들이 되어주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 3월에 내리는 눈이 이처럼 큰 함박눈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