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새벽 예배 시간 이후부터 저녁 설교 준비에 치열한 날입니다. 남편의 유별남을 알기에 아내도 설교를 준비하는 날에는 서재 출입을 삼가는 편입니다. 목사의 이런 생리를 아는 교우들 역시 수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서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극도의 집중력을 키워가며 창세기 본문과 씨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11시 즈음, 목양실 밖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사님, 저 이미혜입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 전술했듯이 수요일에 서재를 방문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익숙한지라 그날따라 겨울 트레이닝복으로 무장하고 설교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우들을 만날 때 준비되지 않은 복장을 입고 맞이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대단히 불편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날씨가 매우 추웠기에 어쩔 수 없이 목양실 문을 열자 이미혜 자매와 심정흠 형제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습니다. “목사님, 새해 인사 차 들렸습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민감함 때문에 한사코 목양실에 들어오는 것을 고사하는 부부를 복장의 민망함 때문에 불편하고 죄송함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강제적으로 압박해서 목양실로 인도하고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교제했습니다. 일전, 수원에 추천할 만한 교회를 여러 차례 권면해서 예배에 참석할 것을 종용했는데 정착하기를 너무 불편해 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바, 작년 아버님이신 故 이동우 집사께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금 마음을 다잡이하고 수원 소재 지역 교회에 등록하는 것을 포기하고 세인 온라인 교회에서 아름답게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의 지체가 되었기에 더욱 반갑게 대면해서 교제했습니다. 거리적인 이유 때문에 비록 매스 미디어를 통해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정황이지만, 예배자의 모습에서 그 누구보다도 진정성을 갖고 예배하고 있는 이미혜 자매와 아직은 낯섦과 익숙하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에 부스러기 신앙의 모습으로 말씀을 곁 듣고 있는 심정흠 형제와 목양실에서 인격적인 만남과 교제를 통해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조금씩 성경에 대하여 알아가고 있는 기쁨을 피력한 자매, ‘아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이 분명하지만 담임목사의 설교를 헛함으로 듣지 않고 귀에 담으려고 나름 애쓰고 있는 부부가 너무 귀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목사님, 설교를 듣고 있노라면 조금도 딴 짓을 하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긴장감을 주어서 정신 차리고 들으며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이전에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영적인 담론들을 부부와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공유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목사님, 설교 준비를 하실 때나 책을 읽으실 때, 들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 음반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형제가 건네준 것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칸타타 CD 음반이었습니다. 한 주간, 아침 녘에 오디오를 통해 장중하게 울려 퍼지는 바흐의 걸작들을 경청하며 단순한 음악의 감동을 뛰어 넘는 영적 보람이라는 운율까지 함께 들리는 감격을 맛보아 감사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Ich habe genug BWV 82’이 서재를 감싸고 있습니다. 음악 때문인가요, 나는 정말로 은혜 하나로 충분한 목사임에 눈자위가 붉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