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숭늉이야!2024-04-18 17:57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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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늉이야!

 

지난 주일에 교우와 함께 서재에서 교제했습니다서재에 올라오는 지체가 있으면 언제나 제가 섬기는 일 중에 하나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타 주는 것입니다여느 날과 같으면 직접 콩을 갈아서 드립을 하는데 지체가 저와의 교제를 마치면 후속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날은 커피 머신으로 드립을 했습니다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목사가 아니고 곁눈질로 배운 핸드드립을 하는 저이기에 조심하는 편인데그날은 급한 나머지 갈아놓은 커피의 양 조절에 실패했던 것이 분명합니다아니나 다를까 지체와의 교제 시간에 함께 자리한 아내가 커피를 먹더니 제게 한 방을 먹였습니다.

여보오늘 커피는 왜 숭늉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아내에게 매일 타서 바치는 커피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정량의 커피에 맞추어 적절한 물 온도와 더운 물로 샤워한 커피 잔까지 준비된 상태에서 드려지는 커피이니 맛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허나 주일 커피는 지체를 위해 기도하고 빨리 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물 가늠도 실패커피 잔도 식어져 있는 상태 그대로 제공했으니 같은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졸지에 맛없는 커피를 강요하게 된 저로서 지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정말로 맛있는 커피를 먹여서 보내고 싶었는데 유감천만이었습니다미안해하고 있는 제게 지체가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목사님괜찮아요커피 맛있게 먹었어요.”

그 말을 듣고 더 미안해졌습니다.

맛없는 커피를 먹고 올라간 지체는 한 주간 병원에 입원하여 외과적인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퇴원했습니다한 주간지체를 위해 저는 목사의 심정은 물론 오빠의 마음을 갖고 중보 했습니다수술이 완벽하게 진행되도록의사가 실수하지 않도록수술 현장에 직접 주님께서 들어가셔서 집도하시도록수술 이후 정상적으로 마취에서 풀리도록후유증은 1도 없도록 세밀하게 기도했습니다수술은 기도대로 응답받아 감사하지만 이제는 화요일에 나올 검사 결과가 이상 없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하나님이 응답하실 것을 믿으며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다음에는 지체를 서재로 불러서 다시 커피를 타 주려고 합니다완치 기념으로그때는 准 바리스타의 면모로 실력을 뽐내보려 합니다그래서 지체가 이렇게 말하도록.

목사님지난 번 숭늉 커피도 괜찮았는데 이번 커피는 진짜로 맛있어요성도들의 중보 기도와 사랑이라는 프리마가 들어갔나 봐요.”

김기석 목사의 책에서 아일랜드의 기도문을 읽었는데 감동이라서 밑줄 그어놓았습니다.(김기석,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 비아토르, p,200.)

당신의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당신의 지갑에 언제나 한 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당신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나도 우리 세인 교우들 전체의 삶이 이렇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