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에서
약 1년 6개월 전에 이석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노화 현상으로 오는 질병이라고 해서 유감스럽기는 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당시 담당 의사는 제게 여러 검사들을 행한 뒤에 이석증이라는 판명을 내렸고 이비인후과적인 체위 운동으로 첫 치료를 마친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의사는 제게 이 병은 약물로 치료하는 병이 아님을 분명히 해서 그렇게 알고 의사의 말을 존중하며 인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감사하게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심각한 재발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조금 무리를 하거나, 신경을 쓰는 일이 있으면 재발 조짐이 있어서 당시 병원에서 처방해 준 신경 안정제 겸 어지럼증을 완화해주는 처방 약으로 버텼으니 제 딴에는 선방한 셈입니다. 이석증 진단을 받고 난 뒤에 인터넷 지식으로 이석증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습득하고, 나름의 예방적 활동을 했고, 그 노력으로 때때로 조짐은 왔지만 급격히 고통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전정기관 안에 들어 있는 칼슘의 미세한 집합체가 돌가루처럼 단단해져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데 그 돌들이 노화가 되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떨어져 나가는 경우에 이석증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기에 최선을 다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치료 요법을 전제로 예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 1년 6개월 전에 처방 받았던 7일 분의 약이 다 떨어져, 약 처방을 다시 받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다시 만난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약 처방을 요청하자, 안색이 변한 의사는 진단에 대한 처방은 의사가 내리는 것인데, 이미 환자가 내려가지고 왔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불쾌감은 표면적인 것이고, 이면적으로는 의료보험의 대상이 안 되는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기분 나쁨이었기에 의사는 이후 환자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졸지에 무지한 자가 되었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할 것이지 그렇게 하지 않는 건방진 환자가 되어 무시당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오래 전, 석사과정 논문을 작성할 때, 정신분열증(Schizophrenia)과 귀신들림 현상(Demon possession phenomenon)에 대한 상관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제 논문의 논지였기에 정신과 의사들과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무신론적인 사고로 무장한 의사들이 갖고 있었던 귀신들림 현상을 마치 기도원에서나 언급하는 무지한 자들의 언어 정도로 폄훼하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정관념과 태도를 보면서 역으로 그들이 얼마나 영적으로 무지하고 교만한 자들인지를 충분히 체감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석증 약 처방을 받으러 간 날, 그 트라우마가 다시 올라오는 유쾌하지 않은 씁쓸한 경험을 했습니다. 최악은 그 병원 거실에 걸린 액자 글귀였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돌볼 뿐이지만 궁극적인 치료자는 하나님이시다.”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환자를 돈 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자가 붙일 액자의 글귀가 아니었기에 이비인후과 방문은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