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액자를 보다가 새벽예배를 마치고 서재에 앉았는데 빛바랜 액자가 하나 보인다. 29년 전, 새내기 목사로 출발하며 찍었던 사진이다. 청주 서문 교회 예배당에 무릎을 꿇었을 때 원로목사님들의 손이 머리 위에 포개졌다. “아무개에서 축도권을 허락하노라” 선포가 이루어질 때, 주군께 세 가지를 다짐했다. “하나님, 갈라디아서 1:10절을 실천하는 목사가 되겠습니다. 하나님,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물질에 노예로 사는 목사가 되지 않겠습니다. 하나님, 어떤 일이 있어도 정치하는 목사가 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29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는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이 세 가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은퇴하는 날까지 흐트러지지 않기를 주군께 기도한다. “진정한 신학자(목회자)란 신학적 임무로의 부르심을 받아들이고, 지성적으로 뛰어나고 훈련받았으며, 그리스도의 삶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조율한 사람이다. (중략) 신학자(목회자)는 여전히 그리스도께 완전히 순응하면서 하나님의 집이 된 세계를 향해 가는 여정 가운데 있는 순례자다.” (미로슬라브 볼프, “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 IVP, p,163.) 작년 연말, 류호준 박사의 추천으로 읽었던 책에 나온 이 문장을 심장에 쓸어 담았다. 끝까지 이렇게 살겠다고 결단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