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제목복음이 울다2024-06-11 09:49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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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플랫의 ‘복음이 울다’(두란노, 2019년)를 읽고


차이의 존중(Dignity of Difference)을 쓴 영 연방 최고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조너던 색스가 남긴 정말 통쾌한 말을 김기석 목사의 365일 날숨과 들숨의 기록인 ‘사랑의 레가토’에서 발견했다. 글 내용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만든 성막과 솔로몬이 만든 성전을 간결하게 비교한 글이다.

“자발적 기여로 창조된 성막은 민족을 통합시켰으나, 강제로 징발된 노동력의 성전은 민족을 분열시켰다.” (조너선 색스, “사회의 재창조”,p,298, 김기석, “사랑의 레가토”, 꽃자리, p,388, 재인용)

이 문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촌철살인이다. 왜 조너던 색스의 이 갈파에 나는 열광했을까? 아마도 지성적 통찰로 인해 채워진 지적 욕구에 대한 만족 때문이리라! 세간에서 교회를 통박하고 질타하는 무서운 비난의 화살을 맞으면서 화가 나지만 그래도 숨죽여 그 매질을 맞는 이유는 상당수 부인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소리 없는 항복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세간의 공격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임계 선상에 도달하면 그 동안 갖고 있었던 내적 방어기제가 한꺼번에 폭발하여 내심 작심이라도 한 듯 한풀이하며 더 보수적으로 그들에게 반격에 나서는 이유는 세속의 지성적인 이해나 성찰로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실천적 영성으로 무장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데이빗 플랫을 제일 처음 만난 것은 ‘래디컬’(두란노간, 2012년)을 통해서다. 소위 말하는 Radical disciple 군에 속하는 목사로 이해하고 있었던 데이빗 플랫이 거침없이 선제적으로 공격하는 복음의 역동에 솔직히 말하면 반신반의했다. 이유는 그가 섬기는 브룩힐즈 커뮤니티 때문이었다. 미국 엘라바마 버밍엄이라는 중산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세워진 성도 4,000여 명의 대형교회 담임목사라는 직함도 불편했고, 뉴올리언스 침례 신학교에서 받은 Ph.D 학위도 그랬다. 적어도 이 정도의 이력과 경력이 있는 사람이 전하는 Radical discipleship 의 진정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책을 만나면서, 더불어 그가 봇물 쏟듯이 출간한 래디컬의 속편 ‘래디컬 투게더’(두란노간, 2012년) 그리고 2013년 판 ‘팔로우 미’까지 접하면서 그가 미국 중산층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실천적 영성으로 무장한 목사로 살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그의 팬이 되었다.
지난 주간, 친구 목사의 아내이자 동역자인 이정수 사모(서부교회)에게서 아내가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복음이 울다.’라고 정성묵 번역가 번역한 데이빗 플랫의 여행기이자 수기의 글이었다. 원제는 ‘something needs to change.’다. 그렇다. 이 책에서 저자는 8일간의 히말라야 지역 트레킹을 통해 틈틈이 적은 충격과 감동의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어필이 담겨 있다.
여행 중에 만난 눈을 잃고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카말, 오염된 물을 먹음으로 콜레라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마을 사람들, 집에서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쫓겨나 헛간에서 살던 장애아이, 10세 미만 아니 12-14세 밖에 안 된 앳된 소녀들이 가난이라는 창살로 인해 인신매매로 팔려가 꽃다운 나이에 짐승 같은 인간들에게 짓밟히는 현장을 목도하면서 플랫은 한없이 하나님께 엎드려 운다. 그리고 계속해서 하나님께 질문한다.
도대체 왜? 라고.
플랫은 척박한 땅으로 들어와 목숨을 걸고 사역하는 동역의 목회자들을 만나, 한없이 자신이 그들에 비해 나약하게 사역해 온 것에 대해 아파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독백한다.

“우리가 제대로 된 교회가 되면, 우리의 방식이나 이념, 트렌드, 전통에 따른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교회,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는 대가를 충분히 계산 한 뒤 하나님이  원래 뜻하신 그런 교회가 되면,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p,242)

뿐만 아니라 플랫은 인신매매에 빠져 있는 소녀들을 위해 자기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울음으로 마친 여행 끝에 하나님께서 조명하신 강력한 깨달음을 이렇게 남겼다.

“잃어버린 상태보다 더 나쁜 것이 딱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잃어버린 자를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다.”(p,270)

이 자괴감이 커서였을까 그는 편안한 고국으로 돌아와 언젠가 히말라야 그 땅으로 나가야겠다고 강력하게 결심하는 장면에서 토로한 고백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내가 목사로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절박한 세상 속에서 사역에 대해 ‘말만’하는 것이다. 나는 사역을 ‘하고’ 싶다. 한편, 하나님이 언젠가 나를 세상의 또 다른 부분으로 가는 편도 여행으로 인도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p,294)

저자는 이 책을 마감하면서 이렇게 썼다.

“절박한 세상에서 하나님이 의도하신 교회가 되라” (p,304)

나는 근 한 달 동안, 너무나 절박한 시간을 보냈다. 어찌 나뿐이겠는가! 이 땅에서 목사로 살아가는 모든 자는 그가 정상적인 목사라면 느끼는 절박함은 아마도 거의 근사치에 있을 것이다. 이 절박함을 헤쳐 나온 지난 한 달, 그리고 또 얼마가 될지 모를 시간의 여백에 이것을 남기고 싶다,

“하나님이 의도하신 삶, 그리고 하나님이 의도하신 교회되기” 말이다.

2012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카일 아이들먼의 책, ‘NOT A FAN’을 교우들과 함께 읽으면서 그의 글에서 밀어닥친 노도에 적지 않게 세인 지체들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이 책에 마지막에 소개된 위대한 전도자 윌리엄 보든이 순교할 때까지 보관하던 그의 성경책에 기록된 세 가지 문구처럼 살기를 종용했기에 (카일 아이들먼, “NOT A FAN”,두란노간, 2012년,p,291.)

NO RESERVES (남김 없이)
NO RETREATS (후퇴 없이)
NO REGRETS  (후회 없이)

이번 한 주간, 친구 목사 아내가 그 동안 식어진 내 마음에 다시 한 번 불을 질렀다. 왕 부담이지만 참 감사하다.

복음으로 울고, 복음으로 다시 살아내자. 이제는 이 부담이 아내 것이 될 차례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