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요. 있어야 할 그 곳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이 공부에 마음이 있고, 남편이 아내에게 마음이 있고, 일하는 사람이 자기 일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 언뜻 보기엔 당연한듯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많은 걸 봅니다.
우리 몸은 매일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이 있어야 살 수가 있지요. 하지만 물과 양식이 필요한 건 우리 몸만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의 갈증과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경우도 많지요. 물이 나지 않는 우물에 머무는 것도 고통이지만 물이 많을 것 같아 찾은 그 곳에 잠시 머무르다 결국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지요. 몸의 갈증은 밖에서 들어오는 물로 해갈하나 마음의 목마름은 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있어야 비로소 시원해진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지요.
내가 내 자리에서 행복한 건 내 안에 물이 흐르는 까닭입니다. 그 물이 있어 아내의 자리가 행복하고 그 물이 있어 행복한 엄마이며 그 물이 날마다 새롭게 솟아나기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나는 행복하다고 고백할 수가 있지요. 내 안에 심겨진 깊은 우물, 마르거나 다함이 없는 우물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내가 내 자리에 있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라고 내게 맡기신 소중한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내겐 그들을 여전한 마음으로 사랑할 자신이 없습니다. 처음엔 내 힘으로 사랑하는 것 같으나 이내 나를 소모할 때가 되고 그러다 보면 지쳐버린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요. 내가 심겨진 그 땅이 촉촉하고 기름져 열매가 열려 있다면 그건 그 땅에 물을 대시는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 자리마다 복의 땅이 될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건 내 안의 생명의 물이 그 땅에 흘러갈 것을 내가 알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그는 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줄기입니다. 글쓴이 이종혜/수필가 |